공인중개사 인강 가격표를 보고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하겠다며 인강을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원 홈페이지를 하나씩 열어 봤는데, 솔직히 가격표를 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이 글은 그때 본 가격을 그대로 적은 것입니다. 인강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가볍게 누를 금액이 아니니, 결제 전에 한 가지만 먼저 해 보셨으면 해서 씁니다.
학원 홈페이지에서 본 가격표
정확한 금액은 적지 않겠습니다. 학원마다 다르고, 할인 행사 때마다 바뀌고, 아예 가격을 안 적어 두고 상담 신청부터 받는 곳도 있어서 어느 숫자를 적어도 다음 달이면 틀린 숫자가 됩니다. 대신 크기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1차만 듣는 패스교재를 넣으면 웬만한 가전제품 한 대 값입니다
- 1·2차 합격할 때까지 듣는 평생패스직장인 한 달 월급이 통째로 나가는 값이고, 프리미엄이 붙으면 그 이상입니다
- 월 구독형매달 나가는 돈은 작아 보이지만 1년을 채우면 결국 평생패스와 비슷해집니다
- 교재·모의고사·특강패스에 안 들어 있는 경우 따로 붙습니다
제가 놀란 건 액수 자체보다, 이 돈을 공부를 시작도 하기 전에 한 번에 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이 시험에 맞는 사람인지, 몇 달을 매일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요.
2026년 9월에 에듀윌·해커스·메가랜드·랜드프로·박문각의 상품 안내와 보도자료를 보고 정리했습니다. 금액은 시기와 할인에 따라 달라지니 결제 화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합격하면 환급"이라는 말의 뒷면
가격표 옆에는 늘 "합격하면 100% 환급"이 붙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러면 사실상 공짜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읽어 보면 정해진 기간 안에 합격하고, 출석률과 수강 완료율을 채우고, 합격 인증과 후기까지 올려야 환급이 됩니다. 조건 하나가 빠지면 환급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합격을 못 하면 당연히 한 푼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환급 약속 자체가 지켜지지 않은 일도 있었습니다. 2021년에는 한 업체의 환급 대상 700여 명이 몇 달째 돈을 못 받아 기사가 났고, 2022년에는 다른 업체가 환급을 미루다 "먹튀" 논란까지 갔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강 관련 민원은 2019~2022년 4년 동안 3,419건이었고, 그중 절반이 넘는 52%가 계약 해지와 환불이었습니다.
출처: 네이트뉴스 2021년 7월 "공인중개사 합격하면 수강료 환급? 700명 몇달째 분통", 한국경제 2022년 6월 "합격하면 100% 환불해 준다더니…", 포인트경제(한국소비자원 자료 인용).
넷 중 하나는 시험장에 오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이 쓰였던 숫자는 이겁니다. 2025년 제36회 시험 1차에 원서를 낸 사람은 108,381명, 실제로 시험을 본 사람은 80,387명입니다. 약 28,000명, 넷 중 한 명이 원서비까지 내고 시험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분들 중 상당수는 봄에 인강을 끊고, 여름에 손을 놓았을 겁니다. 낸 돈은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고, 그 돈이 다 얼마인지는 아무도 세지 않습니다. 저는 그 명단에 지인이 들어갈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시험을 본 사람 중에서도 1차 합격률은 23.5%였습니다. 결제한 열 명 가운데 시험장에 간 사람이 일곱, 그중 1차를 넘긴 사람이 둘이 안 되는 셈입니다.
출처: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 제36회 공인중개사 합격자 통계(1차 대상 108,381명 · 응시 80,387명 · 합격 18,901명, 2차 대상 58,162명 · 응시 33,247명 · 합격 10,686명).
그래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강 결제 전에, 작년 기출 200문항부터 한 번 풀어 봐."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인중개사는 과목마다 40점만 넘기고 평균 60점이면 붙는 시험입니다. 그리고 기출이 해마다 모양만 바꿔 다시 나옵니다. 작년 문제를 풀어 보면 두 가지를 알게 됩니다. 이 시험이 나한테 맞는 시험인지, 그리고 내가 몇 주 동안 매일 앉아 있을 사람인지.
기출 200문항을 끝까지 풀고 오답을 다시 봤다면, 그때 인강을 사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느 과목이 약한지 알고 사니까 과목패스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200문항을 3일 안에 못 끝냈다면, 한 달 월급을 아낀 겁니다.
기출랩에서는 이걸 무료로 할 수 있습니다
기출랩에는 공인중개사 1·2차 기출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개년 들어 있고, 가장 최근인 2025년 200문항은 회원가입 없이 무료입니다. 풀면 정답이 바로 나오고, 민법과 공인중개사법 문항은 근거 조문이 같이 열립니다. 틀린 문항만 모아 다시 풀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인강 대신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합격 생각이 정말 있다면, 큰돈을 내기 전에 한 번 테스트해 보시라는 겁니다. 30분이면 첫 과목 40문항이 끝납니다.
제37회 시험은 10월 31일 토요일입니다. 남은 기간 공부 순서는 남은 7주는 기출로 씁니다에, 과목마다 자주 나오는 단원은 자주 나오는 단원부터 푸는 사람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